돈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통화승수와 통화 유통속도로 보는 돈의 증식과 순환 이야기


✅ 돈은 그냥 찍어내면 다 돌까?


요즘 뉴스를 보면 “한국은행이 돈을 풀었다”, “금리를 낮췄다”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인데요. 그런데 가끔은 “돈을 그렇게 풀었는데 왜 내 지갑은 안 두둑해지지?” 하는 의문이 들죠.


여기에는 돈이 얼마나 늘어나고, 얼마나 활발히 돌고 있느냐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걸 알려주는 두 가지 지표가 바로 통화승수통화 유통속도예요.


✅ 통화승수: 한 장의 돈이 몇 배로 불어나는가


먼저 통화승수를 알아볼까요?

중앙은행이 1억원을 찍어서 시중에 풀면, 그 돈은 은행을 통해 대출되고 다시 예금되고 또 대출되면서 실제로는 몇 배로 불어납니다. 이걸 신용창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고객의 예금 중 일부만 빼고 나머지를 다시 빌려준다고 생각해보세요. A가 맡긴 1천만 원 중 일부가 B에게 대출되고, B는 그 돈으로 가게에 쓰고, 가게 주인은 다시 그 돈을 은행에 넣고, 또 다른 누군가가 대출받고… 이런 식으로 처음 풀린 돈이 여러 번 돌며 커지는 것이죠.


그래서 통화승수 = 시중 통화량 ÷ 중앙은행이 처음 공급한 돈(본원통화)입니다.

예를 들어 통화승수가 10이라면, 중앙은행이 1억원을 공급했을 때 실제 시중에는 10억원이 돌아다닌다는 뜻이에요.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통화승수는 2000년대 중반엔 50을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로 계속 떨어져 최근엔 약 14배 안팎으로 낮아졌습니다.


왜 낮아졌을까요? 사람들이 현금을 많이 쌓아두거나, 은행이 대출을 덜 해주면 돈이 불어나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에요.


✅ 통화 유통속도: 돈은 얼마나 빨리 돌고 있을까?


통화 유통속도는 돈이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만 원을 연말까지 지갑에만 넣어두면 경제에선 한 번도 안 돌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그 돈으로 밥을 사고, 식당 주인이 그 돈으로 채소를 사고, 채소 가게 주인이 알바비로 주고… 이렇게 1년간 5번 쓰였다면 유통속도는 5가 됩니다.


공식은 간단해요.

통화 유통속도 = 명목 GDP ÷ 시중 통화량(M2)


즉, 돈 한 단위가 1년간 GDP를 만드는 데 몇 번 쓰였는지 보는 거죠.


한국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통화 유통속도가 1에 가까웠습니다. 즉, 돈이 활발히 돌았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점점 떨어져 최근엔 0.6대까지 내려갔습니다. 돈은 많은데 돌지를 않는다는 뜻이죠.


✅ 돈이 안 도는 이유는?


돈이 돌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소비나 투자 대신 저축이나 부동산 같은 안전자산에 돈을 묶어두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은 고액권(5만원권) 도입 이후 현금이 집이나 금고에 그냥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시중에서 활발히 쓰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예요.


✅ 돈은 왜 이렇게 풀어도 돌지 않을까?


중앙은행은 경제가 어려우면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돈을 풀어도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사람들도 소비를 줄이고, 결국 돈이 돌지 않습니다.

이때 통화승수는 떨어지고, 통화 유통속도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최근엔 “돈맥경화”라는 표현도 쓰입니다. 돈이 혈액이라면, 순환이 안 되는 거죠.


✅ 화폐수량설: 돈이 GDP에 미치는 영향


경제학에는 화폐수량설이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M × V = P × Y

  • M: 시중 통화량

  • V: 통화 유통속도

  • P: 물가

  • Y: 실질 경제 규모(GDP)


즉, 통화량과 유통속도를 곱하면 물가와 경제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돈을 많이 풀어도, 돌지 않으면 GDP가 늘지 않고 물가도 안 오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일본은 20년 넘게 돈을 엄청 풀어도 물가가 안 오르고 경제가 정체된 장기 디플레이션 상태를 겪었습니다.


✅ 한국과 다른 나라 비교


한국은 최근 통화승수와 유통속도가 둘 다 빠르게 떨어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미국, 일본, 유럽도 비슷하게 하락했지만 한국은 특히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 쏠림, 고령화,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 등이 꼽힙니다.

돈은 많은데 흐를 통로가 막혀 있는 셈이죠.


✅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런 지표는 개인 소비자나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 통화승수가 높아지고 유통속도가 빨라진다?

→ 돈이 돌고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가 오를 수 있음.

→ 대출이 늘고 주식·부동산이 활발해질 수도 있음.


✔️ 반대로 둘 다 낮아진다?

→ 돈이 돌지 않아 경기 둔화 가능성 높음.

→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낮추거나 돈을 더 풀 수도 있음.


✅ 돈은 경제의 혈액이다


통화승수는 돈이 얼마나 증식되는지,

통화 유통속도는 돈이 얼마나 빨리 돌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두 가지는 경제가 건강한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체온계 같은 역할을 해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도, 순환이 막히면 체감 경기는 냉랭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경제 뉴스에서 통화승수통화 유통속도라는 말이 나오면,

“아, 지금 돈은 얼마나 불어나고, 얼마나 돌고 있나?” 하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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